지난해 일본 영화 “플랜 75”가 한국에 상영되었다. 초고령사회가 만연한 일본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의 존엄사를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대중적인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인간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갖게 한다. 인간은 역사 이래로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고 그 결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의 연장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평균수명이라는 삶이 길이가 삶의 질, 그리고 경제적인 사회비용과 연결되면서 “플랜 75”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한국사회는 지난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3년 기준 82.7년(남성 79.9년, 여성 85.6년)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 추산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로 추정되는 환자는 94만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0.4%로 조사되었다.
또한 2022년 통계청 생명표에 의하면 유병기간은 17년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통계지표는 늘어난 수명만큼 질병 기간도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삶의 길이를 연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결국 인생이란 삶과 죽음 모두를 포함하는 전체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한국사회는 웰빙을 넘어 웰다잉, 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늘어난 삶의 길이만큼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소(소장, 병원경영학과 김광환 교수)는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는 가운데 2014년 웰다잉을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연구소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연구재단으로부터 웰다잉을 넘어 “웰에이징”을 주제로 “한국형 웰에이징모델 개발 및 사회 확산을 위한 융합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소 연구원들은 초고령화 사회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은 어떻게 노인문제를 해결하려고 할까, 특히 사회복지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도쿄시 소재 도쿄복지대학을 방문했다. 도쿄복지대학은 사회복지 분야가 개호복지, 정신보건복지, 심리와 경영복지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사노 아유미 교수의 가이드로 학교 전반에 대해 소개를 받고 실습실을 방문하였다.
일본의 노인복지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개호(介護) 서비스와 치매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라고 한다. 개호서비스는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진행하는 의료복지체계로, 병원과 기관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요양보호, 간호, 목욕, 재활치료 등을 제공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도쿄 복지대학 사회복지 학부에 재직 중인 한국인 김정임 교수의 ‘가족 부양자’ 연구이다. 김 교수는 ‘종말기 환자들 대부분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치매 환자도 많은 상황에서 의료와 돌봄이라는 통합적 관리지원을 위해 ACP(advance care planning)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웰다잉 연구소팀은 오래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회에서 의료와 돌봄 문제, 독거노인 문제, 특히 치매 노인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개호서비스, ACP와 같은 구체적인 사회지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웰에이징 실천을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정책과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소장 김광환 교수는 이번 도쿄 복지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웰다잉을 넘어 웰에이징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우리 연구소의 정책 제시를 위한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knpp.co.kr/news/333956